제품을 넘어 채용을 디자인하다 : 프로덕트 디자이너 채용 개선기
지난 겨울, 에이블리의 프로덕트 디자이너들은 채용 프로세스 개선을 위해 머리를 맞댔습니다.
후보자에게 더 나은 채용 경험을 제공하고자 치열하게 논의하는 모습은 마치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모습과 똑 닮아 있었는데요.
후보자에 대해 심도 있게 이야기를 나누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즉시 액션까지 취하는 프로덕트 디자이너 채용 과정을 읽다보면 ‘아, 에이블리 구성원들은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채용에도 진심이구나.’ 라고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그렇다면, 에이블리 합류 6개월 차에 접어든 프로덕트 디자이너 세연님은 이 과정을 통해 어떤 경험을 하게 되셨을까요? 사용자를 넘어 후보자 경험까지 섬세하게 디자인하는 에이블리 프로덕트 디자이너 세연님의 채용 프로세스 개선기를 만나보세요.
Q. 안녕하세요, 세연님! 에이블리에서 어떤 업무를 담당하고 계신가요?
안녕하세요, 플로우 스쿼드 프로덕트 디자이너 박세연입니다.
저는 스쿼드 내 다양한 과제 중에서도 에이블리 미안착 고객을 안착시키는 문제를 해결하고 있어요. 제품의 1인 디자이너로서 고객과 만나는 모든 화면을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사용자 경험을 책임지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Q. 에이블리 합류 3개월 만에 채용 프로세스에 합류하게 되셨다고 들었어요. 처음 채용 프로세스에 참여하셨을 때 어떠셨어요?
채용 프로세스에 합류한 시점부터 첫 인터뷰에 참여할 때까지, 모든 과정이 정말 꼼꼼하고 세심했어요.
무엇보다도 인터뷰어 온보딩 세션을 들으며 놀랐던 기억이 나요. 어떻게 보면 ‘이런 것까지 알려 준다고?’ 싶은 만큼 이요. 이전에 다양한 회사에서 인터뷰어로 참여하며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기본적인 내용부터 지원자를 대하는 마음가짐까지 아낌없이 알려주셨어요. 저도 이렇게 큰 도움을 받았는데, 저와 달리 인터뷰어가 처음인 동료에게는 이 세션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후 인터뷰어로 참여하는 과정에서도 기존 인터뷰어들과 얼라인이 맞춰질 때까지 리크루팅팀에서 세심히 챙겨주셨어요. 덕분에 더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세연님 합류 후, 서류 / 과제 / 인터뷰 등 대부분의 채용 단계에 큰 변화가 생겼잖아요. 이렇게 대대적인 개선이 이루어진 배경이 궁금해요!
프로덕트 디자이너 채용 프로세스는 이미 체계화되어 있었지만, 회사와 지원자를 위해서는 끊임없이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이유는 제가 채용 프로세스에 합류하기 전과 상황이 달라졌고, 에이블리가 정말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 좋은 동료를 더 빠르게 모셔 와야 했기 때문이에요.
가장 먼저, 지금 우리가 찾고 있는 인재에 관한 기준을 다시 맞추었어요. 에이블리의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하나의 스쿼드에 속해 1인 디자이너로서 데이터 기반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즉, 하나의 제품에서 사용자 경험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어떤 스쿼드에 속하더라도 혼자서도 충분히 1인분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는 분을 모셔 오자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어요.
그리고 바로 실무에 투입이 가능한 분이 필요했어요. 그렇다면 아무리 역량이 훌륭하더라도 실무 경험이 없다면 힘들지 않으냐는 의견과, 아무리 연차가 많고 좋은 경험을 하셨더라도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업무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분이라면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클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어요.
다양한 논의를 한 결과, 1년 이상의 실무 경험이 있는 분 중 데이터 기반의 문제 해결 능력과 디자인 퀄리티에 집중해서 서류를 검토하되, 각 지원자의 연차에 따라 관점을 다르게 두고 진행하자는 방향이 잡혔어요. 이에 따라 채용 단계마다 크고 작은 변화가 생겼어요. 이 모든 과정은 리크루팅팀의 지속적인 서포트 덕분에 상상 이상으로 빠르게 진행되었어요.
Q. 그렇다면 크고 작은 변화들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실까요?
저는 주니어 사전과제 도입 과정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에이블리의 프로덕트 디자이너 채용은 평가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각 지원자마다 2명의 디자이너가 담당하여 프로세스를 진행해요. 서류 전형 역시 디자이너 2명의 의견이 일치해야만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고요.
1년 이상의 실무 경험이 필수조건이 되면서 다양한 연차의 디자이너분들이 많이 지원해 주셨는데, 여기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어요. 연차가 3~5년 사이의 지원자일 경우에는 이들에 대한 기대치가 각기 다르더라고요. 그리고 포트폴리오가 좋지만 2인 이상의 디자이너가 포함된 작업만 있을 때 해당 지원자의 역량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어요. 이런 케이스가 생길 때마다 추가로 의견을 나누는 과정이 필요했고, 이처럼 반복되는 상황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이 과정에서 역량 검증이 어려워 서류 불합격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발생했을 때, 아쉬움이 크게 남았던 기억이 나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니어 사전과제를 도입하게 되었어요. 디자이너의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 지원자의 역량을 한 번 더 확인하는 프로세스가 있다면 불필요한 논의를 줄일 수 있을 거 같았거든요. 또한, 연차가 낮은 지원자 중에서도 다른 디자인 역량이 뛰어나지만, 데이터 기반의 문제 해결 경험이 부족한 경우에 사전과제를 통해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어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추가로 의견을 나누더라도 이전보다 시간이 많이 단축되었어요!
Q. 많은 장점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스쿼드 업무와 사전과제 개선을 병행하는 게 쉽지 않으셨을 거 같아요. 리소스 측면에서도 고민이 있으셨을 거 같고요. 그럼에도 개선을 결심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맞아요. 에이블리는 ‘팀과 개인의 성공을 위해 집요하게 몰입해서 일한다’는 문화를 가지고 있어서 이미 스쿼드 업무만으로도 24시간이 모자랐어요. 따라서 사전 과제 개선까지 병행하는 데 리소스 측면에서 고민이 컸죠. 그런데도 개선을 결심한 이유는, 더 효율적인 채용 프로세스가 결국 장기적으로 팀의 전체 리소스를 아끼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또한 이 과정에서 인터뷰어 모두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개선 방향을 고민했는데요. 이를 통해 단순히 채용 프로세스를 바꾸는 것을 넘어 인터뷰어 간의 신뢰와 협업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어요. 비단 채용 프로세스뿐만 아니라, 좋은 프로덕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같은 마음을 가지고 한 방향으로 함께 달리는 사람들이 모여야만 더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에는 채용 프로세스 개편에서 이 마음이 빛을 발했다고 생각하고요!
Q. 이번 사전과제 개선에서 특별히 신경 쓰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인터뷰어와 지원자가 함께 이야기 나눌 매체인 ‘과제 주제 선정’에 많은 신경을 썼어요. 지원자 역시 소중한 시간을 내어 과제를 진행해 주시는 만큼, 과제를 검토하는 저희도 인터뷰라는 시간을 더 귀하게 만들어야 했어요.
과제 방식 및 난이도 설정부터 지원자가 과제를 바라보는 시각까지 고려하며 정말 치열하게 논의했던 것 같아요. 사전 과제는 말 그대로 사전 과제이기에 정답이 없어요. 저희가 확인하고 싶은 것은 정답이 아니라 문제 해결 과정이에요. 그렇기에 지원자가 어렵지 않게 과제를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대부분의 서비스가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문제를 제시해야 한다고 판단했죠.
또한, 사전 과제는 지원자에게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에요. 저는 그 부담 중에 ‘이 회사가 내 아이디어를 비즈니스에 사용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꽤 클 것으로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는 현재 에이블리가 당면한 과제나 보편적이지 않은 문제는 제시하지 않기로 했죠. 그리고 과제 제출 형식 역시 지원자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제공했어요. 그래야만 지원자 본인의 강점을 살리며 문제 해결을 보여줄 수 있을 거로 생각했어요.
Q. 사전과제 개선에 5명 이상의 구성원이 참여했다고 들었어요. 다수의 이해관계자와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진 않으셨나요?
어려움이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이해관계자가 많다 보니 다양한 의견이 오갔고, 이를 조율하는 과정도 길었어요. ‘사전 과제 개선이 필요한 이유’부터, ‘어떤 사전 과제가 지원자와 인터뷰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지’까지 정말 많은 주제로 논의가 이루어졌어요.
하지만 에이블리만의 수평적인 소통 문화, 그리고 개인의 이익이 아닌 ‘팀 전체’의 이익을 기준으로 생각하는 문화가 좋은 의견들을 빠르게 종합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저는 아무리 에이블리가 수평적인 소통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합류한 지 6개월밖에 안 된 제 의견은 가볍게 여겨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 처음에는 의견을 내는 것에 조심스러웠거든요. 하지만 그런 우려는 기우일 만큼 인터뷰어 모두가 치열하게 의견을 전하고, 끝까지 서로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었어요. 심지어 CPO 경윤님께서도 인터뷰어 한명 한명이 제시한 의견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피드백을 주셨는데요. 이런 순간들이 쌓여가다 보니, 인터뷰어로서 심리적 안정감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변경된 사전과제의 도입 전후를 비교했을 때, 체감되는 변화가 있으신가요?
사전과제 덕분에 좋은 지원자를 놓치지 않고 인터뷰에서 만나게 되었을 때 그 변화를 체감해요. 이전 프로세스였다면 인터뷰까지 이어지지 않을 케이스의 지원자가 있었어요. 그분의 포트폴리오는 좋았지만, 다수의 디자이너와 작업한 결과물이 대부분이어서 해당 지원자의 역량을 파악하기 애매하다는 의견이 나왔어요. 그래서 사전과제 프로세스를 도입하게 되었죠.
제출해 주신 사전과제를 확인하는 순간 정말 행복했어요. 사전과제가 아니었다면 놓칠 뻔한 너무나 좋은 지원자였거든요. 덕분에 지원자의 가능성과 역량을 더 면밀히 파악할 수 있었고, 이분이 에이블리에 합류한다면 어떻게 일할지가 자연스럽게 상상되더라고요.
앞으로도 지원자와 에이블리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이 있다면 계속해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 좋은 경험이었어요. 이제 막 걸음마를 내디딘 사전과제 전형이 지원자 입장에서 더 부담 없이 본인의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도울 부분은 없는지 더욱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지만요.
Q. 마지막으로, 세연님께서 함께 하고 싶은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어떤 분이신가요?
프로덕트 디자인이라는 업을 사랑하는 분이었으면 해요. 돈을 벌어야 해서 하는 일 또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디자인 뿐이라 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닌 프로덕트 디자인이라는 업을 진심으로 사랑해야 정말 좋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더라고요. 일하면서 한계를 느꼈을 때,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내가 이 일을 얼마나 사랑하는가?’라는 걸 요즘 느끼고 있어요.
또한, 완성도와 임팩트 사이에서 균형을 지키며 빠르게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분이요. 에이블리는 정말 빠르게 성장하고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그 속도에 맞춰 비즈니스 임팩트를 내는 데 집중하되, 고객의 경험을 소중히 여기는 것 또한 중요하거든요. 에이블리에서의 경험을 가장 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프로덕트 디자이너니까요.
마지막으로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제가 배울 수 있는 분이었으면 좋겠어요. 이는 경력이 많고 적음이 중요하지 않아요. 사람으로서도, 같은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도 제가 배울 점이 있는 분과 함께 일할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다양한 조직에서 경험을 쌓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면 최고의 복지는 내가 본받을 수 있는 동료와 함께 일하는 것이었어요. 물론 저도 좋은 동료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함께 성장하고 배울 수 있는 분과 에이블리를 만들어가고 싶어요.